과거는 결코 우리를 쉽게 떠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도 몇초후엔 바로 과거 다.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고 지금 우리가 있다. 어떤 오늘은 과거를 연장 해보려고 안간힘을 써야하고, 어떤 오늘은 과거를 파헤치는 것을 극도로 기피 한다. 죽은자들의 고통, 살아있어도 여전히 과거의 망령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현재라는 오늘을 살아간다. 과거의 어떤 선택이 영원히 떨쳐 버릴수 없는 지옥같은 날이 되기 도 한다. 김효연의 작업은 과거의 아픔이 현재에도 여전한 아픔으로 남아있는 오늘들을 보여준다. 1945년 8월 6일 미군 B29 폭격기가 일본 도시상공에 핵폭탄을 떨어뜨린다. 고도 9,750m 상공에서 투하된 폭탄이 폭발하기까지 57초가 걸렸다. 곧 구름은 18㎞ 상공까지 치솟았고, 반경 1.6㎞ 이내 모든 것이 완전히 파괴되었으며 총면적 11㎢가 피해를 입거나 화재가 발생하였다. 폭탄이 터지자마자 7만명이 죽었고 그로인한 사망자는 지금까지 14만명에 이른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날로 부터 72년이 지난 2017년. 한국 젊은작가 김효연은 북한 핵무기 뉴스가 한반도에 쏟아지던 그해 10월, 핵폭탄 자료를 찾다 히로시마 원폭과 원폭피해 관련된 자료를 만나게 되고. 대한민국 경상남도 합천에 피폭자들과 그 후대들이 집단적으로 거주 하고 있고 원폭피해 복지관이 있다는 놀라운 의외의 사실을 알게된다. 이렇게 자신의 삶과는 무관(?)하게 흐르던 역사의 시간이 자신의 시간과 만나게 된다. 작가의 외할머니는 히로시마에서 태어나서 자랐지만 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피난오면서 원자폭탄을 피할수는 있었지만, 자신의 작은오빠가 히바쿠샤( 피폭자의 일본어발음을 영어 HIBAKUSHA로 표기하는 세계 공용어 )였다는 사실을 굳이 가족들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72년간의 시간이 오르락 내리락하고 거시사와 개인적 미시사가 역사의 좌표속에서 씨줄날중이 엮이듯이 만난다. 김효연 작가의 작업에 등장하는 애띳 10대소녀들은 피폭 3세대 이다. 10대 소녀들의 눈을 통해 과거는 새로운 무대와 같이 펼쳐진다. 베르그송(Henri Bergson)은 ” 현재 안에서 과거를 연장하는 기억의 연속적 삶”을 누린다 했는데. 파헤쳐지는 과거의 기억이 고통스러울수록 이 소녀들의 눈빛은 현재 우리들의 지각에 연장되어 간다. 태어나기 전부터의 과거와 현재의 청춘의 삶이 무관하지 않게 된다. 과거를 호출할 때 기록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기록을 다시 기록하는 것은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고 편집 가능 하다. 이 지점에서 작가 김효연의 현재적 사진 언어가 작동된다. 섬세한 상상력들로 북한 핵과 히로시마의 원자폭탄이,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이, 외할머니가 어렸을때 부터 흥얼거리며 불러주던 일본노래, 히바쿠샤인 외작은할아버지, 합천의 히바쿠샤분들이, 그들의 2세대, 3세대들에게 사라지지 않는 나타나는 후유증과 희귀한 질병들이 이어진다. 인류역사에 가장 폭력적인 1945년 8월 6일의 거대한 아픔이 오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폭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