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종> 프로젝트
김태인 |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김효연은 다큐멘터리 영상과 사진 매체를 중심으로 역사적 과거로서 핵전쟁이 여전히 개인과 집단으로서 인간 존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찰해 왔다. 신작 ‘끝의 종’ 프로젝트(2022-) 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전쟁의 위협이 감지되는 오늘날, 미래를 현재의 차원으로 가져오려 분투하는 ‘인간 행위’를 주목하며 과연 인간이 욕망하는 지속가능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동명의 2채널 영상 〈끝의 종〉(2023)은 각종 천재지변, 전쟁, 기후변화 등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지구 대재앙 상황을 전제하며, 몇 세기 후에도 소생시킬 수 있는 씨앗들을 영구보존, 수집하는 스발바르 시드볼트 시설의 활동 과정을 기록한 영상에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북극해 풍경, 전쟁 그 이후의 모습, 대문자 자연에서 역사화된 소문자 자연의 다양한 장면을 한데 엮는다. 영상은 환경 문제와 기후변화뿐 아니라 전쟁, 자본주의 상품 논리에 의해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한편, 지구가 더 이상 인간에게 생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을 때 “결국 남겨질 이 씨앗들을 누가 어떻게 대지 위에 다시 심을 것인가”를 동시에 질문한다. 이 의미심장한 질문 아래에는 환경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관계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일인칭 시점의 관찰 일지 형식으로 구성된 단채널 영상 작품 〈썸머드라이브〉(2023)는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지역 중 가장 북쪽에 있는 롱이어뷔엔 마을의 도로를 주행하며 촬영한 일대 풍경을 따라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상이 이미 급격하게 달라진 마을의 삶의 풍경을 재생시키는 동안, 기온도 점차 상승한다. 자동차가 막다른 길 앞에 멈춰 섰을 때 이 마을의 기온은 “11.6℃”에 이른다. 이는 2019년 기후학자들이 발표한 「스발바르 기후 2100」(2019) 보고서가 경고한 한 세기 이후 북극점의 온도이다.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추상적인 숫자에는 착취의 대상이었던 자연에 대한 인간의 역사가 은밀하게 감춰져 있다.
〈자연 Ⅱ〉(2022, 2023 인화)는 약 30년 전 미국에서 진행된 대안지구 건립 프로젝트 ‘바이오스피어 2’ 시설 일부를 촬영한 사진 작품이다. 제3 행성 이주를 염두엔 둔 2년간의 생존 실험 프로젝트는 완전히 실패했으나 이 시설은 여전히 텍사스 일리노이 지역 관광 상품으로 건재한다. ‘바이오스피어 2’는 지구를 모방하고, 지구를 대체하려는 인간에 의해 인공적으로 생산된 제2의 지구, 제2의 생물권, 제2의 자연이다. 그 근원에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Bell of the End> Project
Taein Kim | Museum of Contemporary Art BUSAN
Kim Hyoyeon delves into the ongoing impact on human existence, both as individuals and as a collective, of nuclear war in the historical past, through documentary videos and photographic media. Recent project, Bell of the End (2022-), focuses on ‘the struggle of human actions’ in bringing the future into the present dimension, particularly in today‘s context of the threat of climate war, and raises questions about what sustainable life, as desired by humans, truly means.
The two-channel video work, Bell of the End(2023), presupposing all possible global catastrophic scenarios such as natural disasters, wars, and climate change, documents the activities of the Svalbard Global Seed Vault, which permanently preserves and collects seeds that can be used to regenerate life, even centuries later if necessary, while juxtaposing various scenes of the rapidly changing Arctic Ocean landscapes due to drastic climate change, the aftermath of war, and lowercase nature as historicized from uppercase Nature. The video not only highlights environmental issues and climate change but also the decrease in biodiversity caused by war and the logic of capitalist commodification, while simultaneously questioning how the seeds that will ultimately remain when the Earth becomes uninhabitable for humans will be planted in the ground and “who will plant them.” Behind these profound questions lies a complex network of environmental, social, political, economic, and military relationships.
Summer Drive(2023), presented in the format of a first-person observational journal, speaks volumes on climate change caused by global warming, as it portrays the landscape as recorded while driving along the main road in Longyearbyen town, the world’s most northerly human settlement. As the video plays already drastically changed scenes of life in the village, the temperature there gradually rises. When the car comes to a stop at the end of the road, the temperature in the village has reached “11.6°C.” This was the temperature expected at the North Pole a century from now, as warned in a report Climate in Svalbard 2100 (2019) released by climate scientists. Abstract numbers endlessly ascending conceal a hidden history of human exploitation and domination of nature.
The Nature II (2022, printed 2023) captures partial images of the ‘Biosphere 2’ facility, an alternative Earth construction project conducted in the United States nearly 30 years ago. Despite the project(Two-year survival experiment for space planet migration) is complete failure, the facility still stands as a tourist attraction in Illinois, Texas. Biosphere 2 was an attempt to replicate the Earth and perhaps to replace it; an artificial second Earth, a second biosphere, and a second nature created by humans. At the root of such attitudes, lies the human desire for dominion over nature.
<자연에 대한 공상적 시나리오> 전시도록 내 기고
Published in Sep. 2023